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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T O R Y/기타..

스마트 워크

by susuhan-i(류~쌤..) 2010. 7. 23.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스마트 워크 활성화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생략)


‘영리한’ ‘맵시 있는’ ‘상류층의’ ‘활기찬’ ‘컴퓨터로 조정되는’ 이런 다양한 의미의 ‘스마트’를 접두어로 하는 신조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 올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이 478만대에 달해 전체 휴대전화 시장의 21.6%를 점유할 것이라는 예상치가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동으로 주차하는 스마트자동차,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케어, 전력사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집에서 생산한 태양열 에너지를 전력회사에 팔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 목표물이 숨건 말건 끝까지 찾아가 폭격하는 스마트 폭탄, 인터넷망으로 지상파, 케이블, 위성, IPTV를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TV까지. 퍽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근로자가 직장에 가지 않고도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워크'가 요즘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이 구상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2015년까지 전체 노동자의 30%가 집이나 이동 중, 또는 거주지 근처에서 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업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계획이 어제 오늘 나온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스마트워크가 도입된 비율 즉 국내 전체 사업체의 원격근무 도입률은 0.7%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일본은 올해 취업자의 20%가 스마트워크 형태로 일을 하도록 한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미국은 2008년에 이미 재택근무자가 15%를 넘어섰다. 2016년 25%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교통량을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택 근무가 가능하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탄소 배출 축소 효과를 우선 짚어보자. 대도시 교통 혼잡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무려 26조 원에 이른다. 스마트워크가 활성화하면 현재 수도권 근무자가 출퇴근에 쓰는 시간인 하루 평균 150분에서 90분이 절감된다고 한다. 1인당 사무공간은 41%, 전기소모량은 40% 감소하고 원격근무자 1인당 교통비는 연간 34만 원가량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하고. 사무직 860만 명이 참여할 경우 연간 111만 t의 탄소배출량이 감소하고 1조6000억 원의 교통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도 뒤 따른다.

직장 여성의 편의성이 얼마나 강화될까 이 점도 살피자. 현재 우리나라 20대 여성의 취업률은 65%에 달하지만 30대 초반에는 50%로 떨어진다. 일과 육아의 병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 그런 고민도 크게 줄어들 조짐이다. 영국 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은 직원의 87%가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BT 워크스타일’ 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사무실 공간이 자연 감소됐다. 이러면서 매년 9억5000만 달러나 되는 임차료가 절약됐다. 특히 놀라운 것은 산후휴가 복귀율이 99%에 이른다고 한다. 영국 통신업계 평균인 47%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라 하겠다.

그렇다고 스마트 워크를 무조건 이상적인 근무환경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는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는데 있어 현재 문제는 없다. 통신망, 단말기, 소프트웨어까지. 대한민국 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집에서 일보는 것’을 ‘농땡이 피우는 것’으로 폄훼하는 관념이 많다. 직접 얼굴을 봐야 근무가 된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회사만 이런 게 아니다. 출퇴근 전쟁을 치르고 도착하는 직장이지만, 집 근무보다는 일의 효율성이 고조된다고 말하는 직장인이 적잖다. 

재택근무는 참 편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에 소개된 실태는 이렇다. “재택근무자들은 사소한 문제를 의외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가끔 공짜 점심과 간식이 있는데 그런 낙이 없단다. 컴퓨터 같은 기기의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옷차림이나 화장에 신경쓸 필요 없지만, 멋지고 예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스트레스란다. 이메일로 동료간 의사소통을 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감지하기 어렵고, 비언어적 피드백(신체언어)이 부족하다고 털어놓는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안 보면 멀어진다.’고, 동료들과 인간관계마저 소원해진다고 한다.” 고립되다 보면 사회성이 저하되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외로움 때문에 자신의 가치에 회의를 품을 때도 많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스마트 워크가 대규모 구조조정,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세간의 우려도 현실적이다. 정보통신기술 즉 IT테크놀로지의 도입이라고 하는 게 결국 적은 인력으로 일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 아니겠나. 이건 결국 인력의 최소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정부의 스마트 워크에 대한 청사진이 단순히 효율성만을 쫓고 있다는 점에서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가 뒤따른다는 지적,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첨단 근무형태라도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스마트 워크가 탁상정책에 머물지 않으려면 우리 노동 문화에 대한 세밀한 분석도 뒤 따라야 한다. 스마트 워크를 단순히 경제적 또 기술적으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 인용자료 

미디어스 2010. 7. 21 “스마트워크, 과연 '대혁명' 일으킬까?”
전자신문 2010. 7. 21자 “[사설] 업무문화 바꿔야 `스마트워크` 성공한다”
동아일보 2010. 7. 21자 “‘스마트워크’로 저출산-교통난 잡는다”
세계일보 2010. 7. 22자 “[설왕설래] 스마트 워크”
서울신문 2010. 7. 22자 “[씨줄날줄] 스마트 워크/육철수 논설위원”

< 출처(원본) : 시사평론가 김용민의 블로그 http://newstic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