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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280

언중유쾌(090906) 090906 4:57 PM 일요일. 활자들도 나를 힐끔힐끔 곁눈질하면서 천하태평 빈둥빈둥 놀고 있구나. 핸펀도 아가리에 재갈을 물렸는지 아침부터 지금까지 침묵 일변도. 하늘은 잔뜩 흐렸는데 비는 내리지 않고. 090906 10:24 AM 엄마가 그냥 섬에 굴 따러 가면 산문이 되고,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시가 된다. 090906 10:00 AM 날이 흐렸다. 관절이 쑤신다.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증거다. 090906 9:57 AM 담 너머로 자나가는 뿔만 보아도 양인지 염소인지를 알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바닷물을 다 퍼마셔야 짠 줄 아느냐는 속담도 있다. 딱 보고 알아야지 꼭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 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느냐는 속담도 있다.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이다. 090906 9:3.. 2009. 9. 7.
언중유쾌(090905) 090905 9:43 PM 냉장고 문을 열고 멍 때릴 때가 많다. 도대체 무엇을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안녕,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식품들한테 인사를 던지고 냉장고 문을 도로 닫는다. 냉장고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싱거운 놈. 090905 10:42 AM 남에게로 향하는 손가락질을 모두 자기에게로 향하는 날이 온다면 그날이 바로 세계평화가 도래하는 날이다. 090805 10:40 AM 걸레를 더럽다고 손가락질하지 마세요.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이 대부분 예비걸레입니다. 걸레는 헝겊으로 태어나 제 할 일을 다 하고 걸레가 됩니다. 걸레가 되어서도 다른 사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자신을 더럽힙니다. 090905 10:25 AM 물 속에 잠긴 달은, 달인가요 물인가요.. 2009. 9. 7.
언중유쾌(090904) 090904 5:21 AM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MBC 라디오 표준 FM 95.9MHz. 이외수의 언중유쾌(육회가 아닙니다). 시사칼럼. 인물열전. 고민상담 순으로 진행됩니다. 밤 9시 35분. 삼쾌(유쾌. 통쾌. 상쾌)를 보장하겠습니다. 090904 3:17 AM 어떤 사람이 내게 물었다. 왜 선생은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십니까. 내가 말했다. 저는 외모로 글을 쓰지는 않으니까요. 090904 2:43 AM 햇빛이 투명할수록 아픔은 선명해지는 가을. 이별은 가장 잔인한 형벌입니다. 090904 1:45 AM 그대가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기른다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없고, 그대가 개구리를 애완동물로 기른다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없다. 그러나 이빨도 뽑지 않은 살모사를 애완동물로 기른다면 여러 사.. 2009. 9. 7.
언중유쾌(090903) 090903 8:26 PM 오늘 외출했다가 여고생 두 명을 만났습니다. 그 중의 한 명이 저를 보고 내뱉은 탄성. 어머, 나 연예인 직접 보는 거 첨이야. 저로서는 '이거 왠지 씁쓸하구만' 이었습니다. 090903 1:34 PM 먼 길을 걸어 예까지 왔더니 안내문 하나가 버티고 서 있다. 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낭떠러지입니다. 제기럴. 그 자리에 퍼대고 앉아 경공술을 터득할 때까지 도를 닦는 수밖에. 090903 4:24 AM 풀벌레 한 마리 밤새도록 달빛으로 가느다란 사슬을 엮어 집필실 창틀에 매달아 놓고 있네. 090903 3:46 AM 오늘 핸드폰에서 세 사람을 삭제해 버렸다. 이제 그들은 내 우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090903 1:48 AM 일부 작가지망생들은 괜찮은 .. 2009.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