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 T O R Y/언중유쾌

언중유쾌(101206~1213)

by susuhan-i(류~쌤..) 2010. 12. 14.
10.12.13 오후 8:54
새는 조그만 벌레 한 마리를 잡아 먹는 일에도 철저한 집중력으로 온 몸을 투척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어떤 일을 했을 때, 소득이 신통치 않을 때는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최선을 다했는가부터 반성해 볼 일이다.

10.12.13 오전 5:37
걸음마다 이별이요, 걸음마다 눈물인 인생. 제가 쓰는 글들은 아직도 캄캄한 밤하늘의 별빛으로 돋아나지 못했고, 척박한 황무지의 꽃송이로 피어나지 못했습니다. 겨울이 깊었습니다. 오늘도 밭은 기침을 뱉아내며 허망한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그대여 안녕.

10.12.13 오전 2:21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집필실은 외풍이 심하다. 엉덩이는 찜질방, 어깨는 서빙고. 움직이기만 하면 뼛속에서 얼음이 서걱거린다. 처량해진다. 하지만 속수무책.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그래, 인생은 조낸 버티는 거여.
 
10.12.12 오후 9:35
10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습니다. 올들어 가장 많이 잔 겁니다. 꿈에 국회에서 날치기 법안 통과시키면서 무규칙 이종격투기라도 벌인 걸까요. 잠에서 깨니 몸이 천근만근 무겁습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 보겠습니다.

10.12.12 오전 6:55
감성마을에서는 지금 이 시간까지 송년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야 착잡하겠지만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 밤을 새울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영하 8도의 날씨. 그래도 마음은 아직 얼어 붙지 않았습니다.

10.12.11 오전 4:49
고양이도 난초도 꿀벌도 사랑을 받으면 나름대로의 기쁨을 드러냅니다. 집이나 숲이나 바위도 그럴까요.

10.12.11 오전 3:55
모든 우주의 중심에도 아름다움이 있고 모든 존재의 중심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그것은 아름다움만이 사랑을 발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존재는 사랑이 발아되기를 소망한다.

10.12.11 오전 3:31
태양빛이 전혀 미치지 않는 해저, 거기서 살아가는 생물들도 사진을 보면 나름 외모에 무척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아름다움이 만생명을 주도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허세가 만생명을 주도하기 때문일까요. 그도저도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요.

10.12.10 오후 7:36
사람이 가진 슬픔 중에서도 가장 견디기 힘든 슬픔 세 가지는, 집 없는 슬픔, 쌀 없는 슬픔, 옷 없는 슬픔입니다. 물론 그것들은 모두 딱 한 가지만 있으면 해결됩니다. 바로 돈이지요. 갑자기 인간이 한없이 불쌍해 보입니다.

10.12.10 오후 6:06
음식도 씹지 않으면 소화불량에 걸리듯이 글도 음미하지 않으면 소화불량에 걸리게 된다. 수박 겉만 핥으면 수박을 먹은 것이 아니고 글도 겉만 핥으면 글을 읽은 것이 아니다.

10.12.10 오전 10:36
지갑이 빈곤하더라도 감성이 통하면 사랑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지갑이 두둑하더라도 감성이 통하지 않으면 사랑의 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때로 사랑이 성사된 줄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사랑을 위장한 거래가 성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10.12.10 오전 8:38
마흔 살이 될 때까지는 매해 한 살씩 1.2.3.4.5 순으로 나이를 먹는다. 그러나 마흔 살이 지나면 매해 두 살씩 2.4.6..8.10 순으로 나이를 먹는다. 나는 물론 매해 한 살씩 99.98.97.96.95 순으로 나이를 먹는다.

10.12.10 오전 4:37
한국영화 안 보고 한국소설 안 읽는 것을 무슨 지성돋는 자부심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 분들은 허기질 때마다 외국인 식당 가서 끼니 때우시고 요의가 느껴질 때마다 외국인 주택 화장실 빌려서 대소변 해결하시나요. 아니라면 허세만 쩌는 겁니다

10.12.10 오전 3:05
말 한마디 아껴서 무슨 낙이 있으며 글 한 줄 아껴서 무슨 득이 있겠습니까. 수은주의 눈금이 급격히 영하로 떨어져 내리는 날씨. 오늘은 그대 먼저 부모님과 친구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합시다.

10.12.9 오후 11:05
기다린다고 빨리 오는 봄을 본 적이 없고, 오더라도 오래 머무른 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기다렸던 청춘은 반드시옵니다만, 꽃그늘에서 잠시 한눈 파는 사이, 성큼 중년이 다가와 있음을 알게 됩니다.

10.12.9 오후 5:57
사모님을 만난 장소가 어딘가요, 라고 물으면 나는 춘천 명동에 있는 전원다방이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내가 다방레지를 꼬셔서 데리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신혼여행도 못 가고 어린이대공원 구경으로 때웠는데, 그럼 내가 미성년자하고 결혼한 거냐

10.12.9 오전 7:31
한 해가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구제역. 조류독감. 신종플루. 연평도피폭. 강추위. 국회난동. 이런 것들을 희망이라는 냄비에 버무려서 행복이라는 끼니를 만들어 먹으라는 말입니까

10.12.9 오전 5:03
패배한 사람을 비난하지 말라. 정작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패배한 사람이 아니라 패배를 두려워 해서 도전을 포기해 버린 사람이다.

10.12.9 오전 4:54
크기나 수량이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불씨 하나로 한순간에 고을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고 볍씨 한줌으로 삼년만에 만백성을 만석군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10.12.9 오전 1:40
어떤 미국 사람이 한국에서 8년 동안 교환교수로 살았다는데 나를 만나서 한국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왜 한국말을 배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불편하지 않아라고 대답 했다. 나는 그때부터 영어를 한마디도 내뱉지 않고 그를 반말로만 상대해 주었다.

10.12.8 오후 8:39
감성마을에도 폭설이 내리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길이 막히겠지요. 길이 막히면 감성마을은 막배가 끊어진 섬과 같습니다. 여자분이 손만 잡고 자겠다는 오빠 데리고 오셨을 때 새도록 내린 폭설에 길이 막히면, 헐, 무슨 일이 생겨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10.12.8 오후 6:00
내가 그대를 그대 식으로 믿게 내버려 두듯이 그대 또한 나를 내 식으로 믿도록 내버려 두시오-어느 기독교인에게.

10.12.8 오전 10:22
오늘은 하루 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배 깔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불어터진 시간이나 핥아먹을 작정입니다. 바쁘신 분들께는 메롱입니다. 저도 어제까지는 현기증나도록 바쁘게 살았습니다. 쓸 때는 작가, 놀 때는 백수. 제 인생의 주인은 저입니다.

10.12.6 오전 10:53
당신이 어떤 대상에 대해서 육안이나 뇌안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절대로 그 대상의 전체와 영원을 관(觀)할 수 없다. 당신은 결국 부분과 순간만을 견(見)할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관하면 깨달을 것이요 견하면 미혹할 것이다.

'스 T O R Y > 언중유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중유쾌(101222~1223)  (0) 2010.12.24
언중유쾌(101214~101221)  (0) 2010.12.22
언중유쾌(101130~1205)  (0) 2010.12.06
언중유쾌(101125~1129)  (0) 2010.11.30
언중유쾌(101121~1124)  (0) 2010.11.25